병원은 이 사회의 트렌드를 읽게 하는 일종의 거울과도 같다.특히 아름다움에 관한현대인들의 판단기준과 관심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가장 단적으로 알 수 있는곳이 성형외과이기도 하다.일례로 얼마 전 우리 나라를 다녀간 세계적 누드모델 이승희를 떠올려보자.그녀는 포르노 잡지 모델로 활동, 세계의 뭇 남성들의 눈길을 끌면서 국내에서도뜨거운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녀의 직업이나 인생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겠지만어쨌든 그녀가 내한한 당시 전국민의 비상한 관심과 인기를 누렸던 것만은 사실이다.그러한 분야의 인기인들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젊은 여성들. 특히이승희의 경우 자신이 유방확대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곧바로유방성형수술에 대한 붐을 즉발시켰다.당시 국내 유방수술 전문 성형외과엔 '이승희처럼 가슴을 고쳐달라'는 여성들이 몰려들기시작했고, 유방확대수술에 대한 선입견도 그로인해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러한 열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도 않는다.대개 성형외과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것이 2월과 8월경인데, 이`이승희 신드롬'이터지면서부터 유방확대수술에 관한 문의만 해도 그 이전보다 2∼3배 이상 폭발적으로늘어나는 결과를 빚었다. 단순히 큰 가슴을 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대해상대적 빈약감을 느끼는 정도도 심해졌다.최근 국내 여성들의 유방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던 한 성형외과 전문의에 따르면조사대상인 20∼30대 여성 3백명 중 60%가 자신의 가슴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고 한다.그 동기를 제공한 것은 사실상 이승희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도발적으로 솟아오른 이승희의 가슴을 보면서 평소 '절벽' 가슴으로 고민하던 많은여성들을 더욱 상대적 열등감으로 빠뜨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병원을 찾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이승희형가슴'을 만들어달라고주문하는데서도 잘 확인된다. 그러나 전문의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최상의 선택이라할 수 없다. 자신의 가슴 크기나 기타 체격조건을 무시한 채 무조건 어느 특정한 미인의표본대로 따라가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미적 균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쉬운 최악의선택이다.유방수술의 원래 목적 자체가 판박이형 인공미인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본래선천적으로 발달이 부진한 기형유방이나 유방암 등 피치못할 질병으로 인해 유방을 제거한여성들을 위한 재활의 한 방법으로 시작되고, 발달됐다. 그것이 차차 체중감소나 출산으로인해 유방이 작아진 여성에게로 확대 적용되었고, 더 많은 세월이 지난 요즘에 와서는오히려 미용을 위한 목적이 전체의 9할을 차지할만큼 미용성형의 한 주요영역으로유방확대수술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이에 대한 관심이나 수술자수가 늘면서 아울러 이 유방확대수술의 보형물이나 그 부작용에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유방확대수술은 대개 유방조직에 실리콘 주머니를 넣은 뒤그 주머니 안에 인간의 유방과 비슷한 감촉을 줄 수 있는 실리콘 젤(점액)이나생리식염수등을 채워넣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실리콘 젤을 유방조직에 직접주사하는 경우인데, 주로 무면허 시술업자들로 인해 발생된다. 알고 보면 이만큼 위험한일도 없다. 주사한 점액이 곧 온 몸으로 퍼져 통증을 수반하는 것은 물론이고유방조직을 썩게하는 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실리콘 젤은 이미 94년 미국에서도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전성을 문제로 사용을 제한한물질이다. 6년여가 지난 요즘 이것은 생리식염수로 대체된 상태다.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의 성형외과도 어느새 우후죽순처럼늘어났다.앞서말한 엉터리 무면허 시술자는 특히 법적으로 강력단속해야 할 위험한 존재지만, 때로는 정식 병원에서 시술하고도 피부질환 등 부작용을 경험하는 예도 있다. 그 대부분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나 다른 과 전문의가 병행해 운영하는 일종의 '종합백과식'성형외과에 서 발생한다.부작용으로 인한 의료사고 중 전체의 3분의 2가 이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혼란과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환자들이다. 병원에 따라 시술에 큰 차이를 보일 뿐 아니라잘못될 경우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방확대술에 관한 여성들의 가장 잘못된 짐작 중 하나는 이 수술을 받을 경우 유방암에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오해다.오히려 유방확대수술을 받은 사람은 원래 유방이 작기 때문에 유방암에 걸리는 확률이보통 사람보다 오히려 낮다는 보고가 발표되기도 했다.
다만 유방확대술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실제로 유방암에 걸렸을 경우 유방에 삽입한보형물로 인해 조기 진단에 혼동을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유방확대술을 고려하는 여성일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와 추종을 버리는일이다.많은 이들이 수술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수술의 안전성이나 만족도를 말하는 것은아니다.수술 전체의 90%를 웃도는 미용목적의 유방확대수술이지만, 이 수치가 곧바로그들의 수술 후 만족도나 성공률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수술 전의꿈과는 달리 실제로 인공성형된 가슴에 불편을 느끼거나 의외의 고통을 겪는 이들도있음을 신중히 생각해보아야 한다.'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매력에 있다'는 것은 과학기술로서 현대미인을창조하는 성형의학계에서도 중요한 진리다. 성형수술은 환상이 아니며 수술 후엔 좀처럼되돌이킬 수 없는또 하나의 현실임을 명심해야 한다